
태양광 발전 사업을 준비해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태양광 이격거리“라는 벽에 부딪혀 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정부에서 백날 완화한다고 해봤자 지자체 조례가 버티고 있는데 뭐가 바뀌겠어?”라는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매번 말뿐인 규제 혁신에 지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은 이전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단순히 권고 수준에 머물던 내용을 법률 차원에서 태양광 이격거리 ‘원칙적 금지‘로 명문화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지긋지긋한 이격거리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여전히 모호한 대통령령의 ‘상한선’과 ‘지자체 조례’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가감 없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독립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이름표를 새로 달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수소 같은 ‘신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한 바구니에 담겨 있어 정책적 집중도가 떨어졌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국제기준(IEA)에 맞춰 ‘재생에너지법’이 독립되면서, 태양광 보급을 가로막던 규제를 도려내는 데 더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순서를 뒤집었다는 겁니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알아서 거리를 뒀다면, 이제는 “원칙적으로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없다”고 법에 박아버렸습니다.

제27조의3(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이격거리)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
한 법률」 제58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
에 해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이격거리를 적용할 수 없다.
-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또는 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경우-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생태ㆍ경관보전지역에 해당하는 경우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그 기준에 따라 이격거리를 적용할 수 있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는 제2항에 따른 이격거리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제27조의2에 따른 주민참여형 발전설비
- 지붕형 태양광발전설비(건축물이나 구조물의 지붕에 설치하는 것
을 말한다)- 자가소비용 태양광발전설비(「전기사업법」 제2조제18호의 일반
용전기설비 및 같은 법 제2조제19호의 자가용전기설비 중 태양광
발전설비를 말한다)
이 조항은 재생에너지(주로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지을 때 ‘마을이나 도로와 얼마만큼 떨어져야 하는지(태양광 이격거리)’를 지자체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이격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
- 허용되는 예외 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공익적 보호가 명확한 곳.
- 주거지역 및 도로: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대통령령(시행령)이 정하는 ‘상한선’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민참여형 사업(햇빛소득마을 등)에는 이격거리 규제 자체가 적용되지 않도록 길을 열어두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민과 이익을 나누면 거리 제한을 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1️⃣ 기본 원칙: 지자체가 마음대로 태양광 이격거리 못 정한다
원래 일부 지자체에서는
“태양광은 민가에서 500m 떨어져야 한다”
“마을에서 1km 떨어져야 한다”
같은 식으로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를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법에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이격거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지자체장이 개발행위허가를 해줄 때 무조건 거리 규제를 붙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2️⃣ 그렇다면 언제는 태양광 이격거리 적용 가능?
다음 3가지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① 문화재 보호 구역인 경우
-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 문화재 보호구역
👉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으니까 거리 제한 가능
② 생태·환경 보호 지역인 경우
- 생태·경관보전지역
👉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거리 제한 가능
③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
→ 정부 시행령에서 정한 특별한 경우
3️⃣ 그런데 예외적으로 또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2항을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면 그 기준에 따라 이격거리 적용 가능’하다고 했죠. 즉, 정부가 정해 둔 통일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에 맞게만 거리 제한을 둘 수 있습니다.
👉 핵심은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못 하게 막은 것
4️⃣ 하지만 아래 경우는 아예 태양광 이격거리 적용 안 됨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다음 3가지에는 이격거리 규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① 주민참여형 발전설비
👉 지역 주민이 동의하고 투자·참여하는 태양광 사업은 거리 제한 적용 안 함
② 지붕형 태양광
👉 건물 지붕 위에 설치하는 태양광인데요. 이미 건물 위에 설치하는 건데 “몇 m 떨어져라”는 게 의미 없으므로 이격거리 적용 안 함
③ 자가소비용 태양광
👉 공장, 축사, 건물에서 전기를 직접 쓰려고 설치하는 태양광으로, 상업 발전이 아니라
내가 쓰는 전기라면 거리 규제 적용 안 함
여전히 남은 숙제 ‘상한선’ 수치는 어디에?
자료를 꼼꼼히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개정안에는 정작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그래서 몇 미터까지 허용되는데?”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없습니다.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상한선’이라고만 되어 있죠.
제 경험상, 이런 모호함은 현장에서 또 다른 혼선을 줍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주거지역 100m 이내 등)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시행령에서 어떻게 확정될지가 관건입니다.
만약 시행령에서도 숫자가 보수적으로 잡힌다면, “원칙적 금지”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 조례가 법을 무시한다면? (사업자 대응법)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자체의 반발입니다. 법이 바뀌어도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기존의 500m, 1,000m 같은 과도한 이격거리 조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 법적 위계질서: 상위법인 ‘재생에너지법’이 개정되었으므로, 이를 위반한 지자체 조례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 대응 방안: 만약 지자체에서 기존 조례를 근거로 불허가 처분을 내린다면, ‘상위법령 위반’을 근거로 한 행정심판이나 소송이 가능해집니다. 이번 개정안이 사업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방패’를 쥐여준 셈입니다.
글을 마치며,
이번 법 개정은 태양광 발전을 ‘기술적 위험’이 아닌 ‘사회적 갈등 관리’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입니다.
비록 구체적인 수치(상한선)는 시행령으로 넘어갔지만, ‘원칙적 금지‘라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진 만큼 지자체의 자의적인 규제는 힘을 잃을 것입니다.
태양광 사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지금 바로 사업 예정지의 지자체가 조례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지 주시하십시오. 법은 바뀌었지만, 그 법이 내 땅 위에 적용되기까지는 시행령 확정과 조례 정비라는 과정이 남았으니까요.
조금 귀찮으시더라도 이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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